후쿠야 문구점에서 구매한 미도리 다이어리는 과연 좋을까?

@Ulf Bodin
@Ulf Bodin

일본에는 좋은 노트를 만드는 곳이 많다. 그 중에서 대중들에게 알려진 노트를 꼽아보면 라이프노트미도리 노트라고 불리는 디자인필의 M.D 노트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몰스킨과 미도리 노트홍보때문에 성공한 노트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미도리 노트가 몰스킨보다 좋은 건 알고 있었지만, 그 명성에 비하면 과도하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 미도리 2013년 다이어리를 써보면서 그런 생각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오늘 재미있는 기사하나를 봤다. ‘몰스킨의 화려한 부활’ 이라는 이코노미스트 기사가 그것이었는데, 몰스킨이 3/18일에 IPO를 하고 4월 3일부터 이탈리아에서 주식거래를 시작 한다는 소식이었다. 그 기사에는 2011년 몰스킨의 순이익이 200억원이 넘고, 이 수치는 2009년에 비해 60%나 상승한 수치라고 말하고 있다. 노트를 주력으로 만드는 회사가 한 해에 순이익이 200억원을 달성한다는건 사실 놀라운 수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몰스킨이 그 자금력을 바탕으로 제발 종이질과 제본에 투자를 했으면 좋겠지만 내 말을 들을리가….

미도리MD다이어리

미도리 노트는 비싸다. 다이어리가 2~3만원은 가뿐히 넘는다. 나는 노트의 핵심은 종이의 질제본이라고 본다. 몰스킨과 미도리를 비교하기에는 미도리가 몰스킨보다 월등히 좋다. 특히 뛰어난 제본상태는 비교 불가라고 본다. 일본에 가보면 MD의 노트들은 메인에 대부분의 라인업이 전시되어 있다. 도큐핸즈나 로프트는 물론이고, 우메다에 있는 후쿠야 문구점에서도 쉽게 구매할 수 있을 정도로 가장 메인 부스에 전시되어 있다. 사실 그것만 보더라도 MD노트의 선호도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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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2013년 다이어리에 세일러 기어 21K 만년필플래티넘 #3776 센츄리 만년필로 시필을 해봤다. 잉크는 세일러의 극청잉크플래티넘의 피그먼트 잉크를 사용했다. 첫 느낌은 닙이 너무 안나간다는 것이었다. 다른사람이 작성한 MD노트에 대한 리뷰를 살펴보면 필기감이 단단하다. 라는 일부 평가를 볼 수 있다. 닙이 안나가다보니 부드러움의 대명사인 만년필로 썼을 때 특유의 필기감을 많이 죽이는 편이다. 물론 종이의 번짐은 억제되었지만, 평균적인 종이에 비해서 너무 메말랐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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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면을 보더라도 번짐은 없었지만, 뒷면 비침때문에 왼쪽 페이지 부분은 필기를 꺼릴 정도로 꽤 많이 비치는 편이었다. 시필 테스트에서도 적었지만, 개인적으로 최고의 노트 중에 하나로 일본의 C.D NOTE를 꼽는편이다. 특히 만년필로 썼을 때, 부드러운 필기감을 극대화해준다. 그 외에 이런 타입의 노트로는 무인양품의 다이어리나 클레르퐁텐 그리고 그 종이를 사용한 쿼바디스 다이어리, 마지막으로 로디아 정도를 꼽고 있다. 물론 MD노트의 경우 천천히 한 획,한 획 쓰는 사람의 경우 그 특유의 답답한 필기감과 함께 서걱거림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그런면에서 베이직한 종이라기 보다는 한쪽으로 많이 쏠려있는 노트라고 봐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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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노트는 국내에 총판이 있을 정도로 한국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는게 사실이고, 실제로 대형 문구점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최고급 종이를 사용한 다이어리이자 노트이긴 하지만, 분명 개성이 한쪽으로 쏠려 있는 노트임에는 분명하다. 그럼에도 노트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라면 한번이라도 MD노트를 써보고 싶어 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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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이면에는 미도리 특유의 아날로그 감성MD노트의 심플함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 비싼 2013년 다이어리를 나는 내 신규 다이어리 라인에 추가 할 생각은 없다. 일본의 유명한 문구 칼럼리스트는 6년동안 각각의 다이어리를 사용하면서 후회하는 삶을 사느니, 차라리 6권을 전부 다 사서 나에게 맞는 다이어리를 찾겠다는 다소 파격적인 말을 하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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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도리 다이어리는 사실 나와는 잘 맞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종이는 잉크의 번짐이 잘 억제되면서도 부드럽게 잘 필기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종이를 좋아한다. 그리고 칼같이 잘 제본된 노트도 또 하나의 조건이다. 그런면에서 MD는 종이의 특성이 잘 맞지 않는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MD노트를 사용하면, 그 특유의 답답함때문에 놀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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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가 되면 꼭 MD노트를 써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고 그 느낌을 내 블로그의 이 글에 감상을 적어주면 좋을듯 싶다. 자신에게 잘 맞는 노트를 찾는 것도 결코 쉽진 않지만, 나름 재미있게 문구류 취미를 즐길 구 있는 하나의 방법이기도 하니 말이다.

Writey by 2013. 3. 20. 21:25

PS. 8년이 지나 다시 한번 이 다이어리에 필기를 해봤다. 역시나 부드럽게 필기가 되지 않는다. 굉장히 부드러운 타입의 펜으로 필기를 했을때 일반적인 필기감이 나오니까. 아직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역시나 내 타입은 아닌것 같다. 우메다 후쿠야 문구점은 아쉽게도 문을 닫았다.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