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연필로 쓰세요.

yoshihiro ito
@yoshihiro ito

8월쯤에 에어서울의 기내잡지인 유어서울에서 연락이 왔다. 잡지에서 souvenir 코너에 연필과 관련된 글을 기고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샤프펜슬 관련 기고글 요청은 없는건지… 항상 아쉽지만 최근에 책을 내기도 해서 겸사겸사 기고를 하게 되었다. 내가 쓰는 연필이 사실 뻔하기도 하고 거기에 서울과 연관지어서 글을 써달라고 하니까 정말 어려웠다. 우리나라 하면 떠오르는 연필도 많지 않은데 하물며 서울이라니.

유어서울
@유어서울


<<내가 보낸 원문>>

연필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연필을 나눠주는 걸 즐겨한다. 연필 한 다스는 혼자서 다 쓰기에는 많은 양이다. 내가 힘들게 구매한 연필들을 주변 사람들과 나눴을 때 느끼는 기쁨은 생각했던 것보다 큰 모양이다. 연필커뮤니티에서 무료나눔 글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그 글에 달린 정겨운 댓글을 보다 보면 얼굴에 미소를 짓게 만든다.

다른 사람들과 달리 나는 필기구에 대해서 조금 늦게 관심을 두게 되었다. 대학교에 다닐 때 친구들이 노란색 연필을 여러 자루 가지고 다니면서 필기를 하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그 사각거림과 거친 느낌은 뭐랄까? 내가 공부를 하고 있다는 걸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나중에 알게되었지만 그 연필은 주변에서 손쉽게 구매할수 있는 동아연필의 오피스 연필이었다.

막연하게 유럽연필이 국산연필보다 좋을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스테들러라는 회사를 만나게 됐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가장 좋아하는 필기구 제조회사. 스테들러의 마스루모그래프를 쓰다 보면 참 많은 생각이 든다. 진한 파란색의 바디와 흐릿하지만 단단한 느낌의 연필심. 그리고 거짓말하지 않는 그 신뢰성. 하나 더. 파버카스텔의 카스텔9000. 녹색 바디와 부드럽지만 뭉개지지 않는 연필심을 가졌다.

연필은 매우 솔직한 필기구다. 나무와 흑연. 이 두 가지로 자신을 나타낸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이 단순한 필기구 중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는 연필들은 분명한 자기 색깔을 가지고 있고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사랑을 받고 있다.

오랜만에 휴가를 내고 집에서 빈둥빈둥되다가 불연듯 광화문에 나갔다. 교보문고 핫트랙스를 걸어다니다보면 그렇게 사람이 많은 공간임에도 왠지 마음이 차분해진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공간에는 캐릭터그림이 있는 연필들을 팔고 있고 또 나처럼 그림도 그리지 않으면서 화방코너에 가서 연필을 구매하는 사람들도 있다. 좋아하는 연필들을 필통에 담아두고 원하는 연필을 쓰는 재미만큼 연필이 가득한 공간에서 즐기는 재미또한 빼놓을수 없다. 그러고보니 종로5가에 있는 승진문구에 간지 꽤 된것 같다. 사장님이 주시는 요쿠르트와 엄청난 종류의 연필이 보고 싶어졌다.


내가 보낸것과 좀 많이 다르지만 이번에는 승진문구내용을 넣는데 성공했다. 정말 수없이 승진문구 내용을 보내봤지만 왠지 다 거절을 한다. 사실은 연필도 스테들러나 파버카스텔 넣으려고 했는데 이것도 실패. 1년에 한번씩 기고하는거 도전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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