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라이크 기고 칼럼] 문구의 현재

20170806 Jozan-en 7
@20170806 Jozan-en 7 BY Bong Grit

문구의 현재

국내 문구 시장 트랜드와 시장 규모를 정확히 알려주는 자료가 많지 않지만 국내 시장 규모를 대략 4조 정도로 잡고 있다. 국내 문구 시장 규모를 조사하다보면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과 학교장터의 문구 입찰 제도라는 생소한 단어가 떡하니 나온다. 쉽게 말하면 문구 제조사는 개인에게 문구류를 판매하는 것보다는 기업이나 학교에 대량으로 문구류를 판매해서 수익을 내는 일종의 유통회사로 바뀌어 버렸다. 부정행위때문에 수능을 볼 때 들고 들어가는 샤프펜슬도 입찰을 통해 구매를 해주고 있는 실정이다. 시험을 볼 때 필기구가 차지하는 위치가 엄청나다는걸 감안해보면 이렇게 일괄적으로 구매한다는 건 아쉬운 부분이다.

모나미 , 동아연필 , 모닝글로리 , 바른손 우리에게 익숙한 문구 제조사들이다. 그리고 이중에서 제대로 된 문구류 라인업을 가진 제조사는 동아연필이 유일하다. 동아연필은 연필부터 볼펜까지 다양한 라인업들을 가지고 있고 특히 샤프심 분야는 유일하게 다양한 라인업을 가지고 있고 저렴한 가격때문에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 그 외에는 모나미가 153볼펜의 라인업 다양화와 올리카 만년필 발매 정도가 눈에 띈다. 교보문고 핫트랙스에 가보면 필기구만 판매하는 부스가 있는데 거의 대부분이 일본 제조사들 제품들이고 일부 미국 브랜드 필기구들과 동아연필에서 나온 볼펜과 연필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슬프게도 국내 문구류 시장의 트랜드는 일본쪽 통계 자료로 유추해볼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일본의 문구 시장 규모는 6조 정도로 최근에는 스쿨 만년필의 발매로 만년필에 대한 관심과 중년층의 중고가 만년필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그와 함께 연필 시장 규모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수요 증가의 대부분은 컬러링북 판매로 인해 색연필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웃기게도 이런 일본의 트랜드는 국내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얼마 전 부터 플래티넘에서 프레피 라는 3,000원 정도의 만년필을 발매했는데 스쿨만년필 개념의 저렴한 만년필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이 만년필이 잘 팔렸던 모양이다. 아마 만년필이라는 개념보다는 진하고 부드럽게 나오는 수성펜 개념으로 이해한 분들이 많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리고 모나미에서도 발빠르게 저렴하면서 다양한 색상의 잉크를 가진 저가 만년필(올리카)을 발매해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서점에 가보면 컬러링북 코너가 따로 있을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고 그 옆에는 스테들러나 파버카스텔 색연필이 자리잡고 있다. 국내에 수입이 안되었던 CARAN d’ACHE(까렌다쉬)는 색연필과 연필 그리고 849볼펜까지 그 수입폭을 늘리고 있다. 까렌다쉬는 만년필부터 연필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가지고 있지만 가격이 비싸고 수요층이 적어서 일본을 통해서만 일부 종류만 수입이 되었는데 색연필의 인기를 타고 라인업의 범위를 늘리고 있는 모습이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볼펜은 역시 UNI의 제트스트림 , 그리고 학생들이 많이 사용하는 PILOT의 하이테크C 그리고 UNI의 시그노 등 이다. 샤프펜슬은 UNI 쿠루토가 , 펜텔 그래프 1000 FOR PRO , 제브라 델가드 가 인기가 많고 샤프심은 펜텔의 AIN 그리고 지우개도 역시 펜텔의 AIN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에서는 파이로트가 문구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제트스트림을 압도적으로 2위로 끌어내린 파이로트의 프릭션 볼펜덕분이다. 프릭션의 인기는 볼펜 시장의 매출 자체를 끌어올릴정도로 엄청나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파이로트 프릭션은 국내에서 별로 인기가 없다. 일본에 비해서 가격도 많이 비싸고 흐릿한 잉크를 싫어하는 한국 소비자의 성향때문이다.

국내에서 파이로트 제품들은 대부분 비싸게 팔리고 있다. 한국 파이로트가 있지만 대부분의 파이로트 제품들은 총판을 통해서 수입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 파이로트에서 한국으로의 수입을 일부러 막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나한테도 파이로트 총판을 직접해보겠다고 하신 분들이 여럿 있었지만 대부분 불가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일본과 한국 파이로트 회장님은 같은 분인데 한국 문구 시장이 망가지는 걸 보기 싫어서라는 소문이 정설처럼 돌고 있다.

농담이 아니라 파이로트는 만년필부터 볼펜 , 샤프펜슬까지 어마어마한 라인업을 가지고 있다. 만년필은 커스텀 라인업 , 샤프펜슬은 S시리즈 , 닥터그립 , 볼펜은 하이테크C와 프릭션으로 이어진다. 하나 하나의 라인업들이 국내에 정식 수입되는 순간 가격 경쟁력과 함께 문구 시장 순위를 뒤흔들 정도다. 일본 도큐핸즈나 로프트에 가보면 파이로트 제품들은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제브라나 펜텔 제품은 찾기 힘든데. 그 이유는 파이로트의 이런 엄청난 시장 파괴력 덕분이다.

최근 문구류 관련 책들이 조금씩 발간되고 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필사 관련 책들과 글씨를 바르게 쓰는 방법에 대한 책들이다. 재미있는건 모두 성인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는 책들이다. 책을 읽는다. 그리고 노트에 그 내용을 쓴다. 라는 일련의 과정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나에게 맞는 필기구와 노트로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긴다. 사람들은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람들의 멋진 글씨와 그림에 열광하지만 사실 그걸 따라하기에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노력도 많이 필요하다. 그래서 가볍게 색칠만해도 만족스러운 그림이 나오는 컬러링북에 열광하고 있다. 잠시나마 회사일에 신경을 끄고 집중할 존재가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에 동네에 교보문고가 없어지고 그 자리에 영풍문고가 새롭게 오픈을 했다. 역시 가장 눈여겨 본 곳은 문구류 코너. 정말 많은 여학생들이 펜을 고르고 있었다. 이 학생들 덕분에 펜들도 새로운 생명을 찾고 있구나. 라는 안도감을 느꼈다. 그리고 일본에 갔을때 서점에 문구코너나 문구체인점에 가면 이렇게 까지 힘들게 펜을 고르지 않아도 될 정도로 여유로운 공간과 많은 문구류들이 있는데 라는 아쉬움도 같이 느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문구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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