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펜같이 편한. 만년필처럼 감성적인. 파이로트 캡리스 매트블랙 EF

Anthony W.L. Chiu
@Anthony W.L. Chiu

탄천에 나가서 잠시 산책을 하는데, 가을이 만연한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곳곳에 단풍이 물들어 있었고, 내 팔뚝보다 두꺼운 잉어들이 유유히 헤엄치고 있는 모습이 참 싱그러웠다. 가을하면 책을 읽기 좋은 계절이라는 말이 있다.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드는 어구를 노트에 적으면 그것 나름대로 운치있는 가을 보내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 맘때가 되면 슬슬 2013년 다이어리들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한다. 나도 직접 사용할 것 외에 몇 가지 다이어리를 더 주문할 생각이다.

파이로트캡리스만년필

사실 오늘 리뷰할 것은 책이나 다이어리는 아니다. 얼마 전 주문한 만년필이 오늘의 리뷰대상이다. 필기구를 좋아하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만년필에 빠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특유의 아날로그적인 감상에 빠진 사람들이 만년필 세상에서 잘 빠져나오지 못한다.

파이로트캡리스만년필

그런 블랙홀같은 만년필 중에 오늘 리뷰할 문구류는 파이로트의 캡리스 매트블랙 EF닙이다. 보통의 만년필은 캡을 사용해서 닙을 보호하고, 뒷부분에 껴서 필기를 하곤 하다. 반면 캡리스는 똑딱이 볼펜처럼, 뒷부분을 누르면 닙이 나오고 다시 누르면 내부로 들어가는 구조로 되어 있다.

파이로트캡리스만년필

필기량이 많은 학생들도 캡의 분실염려가 없고 즉각적인 필기가 가능한 노크식 필기구를 더 선호한다. 그런면에서 캡리스는 매우 실용적인 만년필이라 할 수 있다. 캡리스 만년필의 역사는 매우 오래되었고, 그 중에서도 구형 블랙 캡리스에 대한 선호도는 매우 높은편이다. 구형의 경우 단종이 되었지만 아직도 찾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인기 품목이다

파이로트캡리스만년필

복각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새롭게 캡리스 블랙이 얼마 전 출시되었다. 예전의 블랙과 달리 품위가 없다는 사람도 있지만, 매트 블랙이 나름의 멋들어짐이 있는건 진실이다. 사실 구형 블랙이 신형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20g대의 무게때문이다.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캡리스 데시모’는 알루미늄 바디를 사용해 21g의 무게를 가지고 있다.

파이로트캡리스만년필

그리고 매트블랙보다 무려 0.8mm나 얇다. 사실 이런 무겁고 다소 두꺼운점과 고가의 가격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구매를 꺼리고 있다. 그리고 한달 가량 써본 나의 감상은 ‘전혀 문제없다.’였다

파이로트캡리스만년필

캡리스 매트블랙은 바디의 대부분이 황동으로 만들어져 있고, 색상은 매트블랙이다. 닙은 은색이지만, 18k도금처리가 되어 있다. 수미에 SHOP의 리뷰를 보면 743과 함께 파이로트의 대표 만년필로 추천하고 있다. 그리고 만년필을 처음 사용하는 사람에게 강력추천하고 있다.

파이로트캡리스만년필

캡리스의 가장 큰 장점은 기동성에 있다. 쓰고 싶을 때, 바로 꺼내서 수첩에 필기가 가능하다. 나처럼 낙서를 할 때에도 좋다. 다만 캡리스 매트블랙은 몇 가지 단점이 있다. 일단 매트한 표면에 기스가 쉽게 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립에 있는 클립은 다소 생소하고 걸리적 거린다.

파이로트캡리스만년필

생각하기 따라서는 필기를 할 때 가이드를 해 줄 수 있어 괜찮다고 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노크식 볼펜과 달리 닙이 내부로 들어가면 앞부분을 자동으로 막아주는 금속 막이 있다. 과격하게 흔들면 그 틈새로 잉크가 셀수 도 있지만, 내부막이 많은 부분을 막아준다. 더불어 잉크마름도 방지해준다.

파이로트캡리스만년필

또 한가지 주의할 점은 닙자체가 꽤나 얇다는 점이다. 닙 자체가 작은 편이기도 하지만, 통상의 일본 만년필보다 조금 더 얇게 나온다고 생각해 두어야 한다. 닙은 EF/F/M/B 네가지이고, 한달 전쯤에 EF가 새롭게 추가되었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게 새로나온 EF촉이다.

파이로트캡리스만년필

닙자체가 매우 작은편이서 18K 특유의 낭창거림은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조금만 힘을 주어 쓰면 닙이 휘는게 느껴질 정도의 연성의 닙이긴 하다.

파이로트캡리스만년필

하이테크 C 0.3mm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특유의 사각거림이 없는 부드러움에 깜짝 놀랄 것이다. 개인적으로 만년필 애호가라면 캡리스는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정도로 매우 참신하고 실용적이다. 캡리스는 CON-20과 CON-50 컨버터를 사용할 수 있다. 대용량의 CON-70은 사용할 수 없으니 주의해야 한다

PS. 얼마전에 CON-40이 새로 발매되었고 2017년 현재는 CON-40을 사용중이다.

파이로트캡리스만년필

CON20과 CON50은 똑같이 0.5ml의 잉크가 들어간다. 다만 CON20은 잉크잔량 확인이 안되고, 눌러서 잉크를 주입해야 한다. 반면 CON50은 투명한 재질이라 잉크잔량을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하고, 돌려서 잉크를 주입한다. 수미에 SHOP에서는 금속재질로 되어 있는 CON-20을 컨버터로 강력 추천하고 있다.

파이로트캡리스만년필

장담하는데, CON-50을 끼면 컨버터가 도저히 빠지지 않는 유쾌하지 않은 상황을 맞이할 경우가 커진다는 충고도 잊지 않고 있다. CON-20도 꽤 눌러서 껴야 하고, 손가락이 빨개져야 뺄 수 있으니 말이다. 플라스틱 재질의 CON-50은 힘을 주기가 애매한 부분도 있다. 그리고 컨버터의 대부분이 만년필 내부로 들어가서 어차피 잔량확인은 20이나 50이나 힘든 것도 CON-20을 추천하는 이유기도 하다.

PS. 2017년 현재 플라스틱으로 된 CON-40을 추천한다. 금속형 CON-20보다 잉크 잔량 확인을 하기가 훨씬 용이하다.

파이로트캡리스만년필

오늘은 실사용으로 쓸만한 그리고 실사용으로 구매하기엔 다소 부담되는 가격의 파이로트 캡리스 만년필을 소개했다. 파이로트는 샤프펜슬도 그렇지만 만년필의 완성도도 매우 높았다. 볼펜같이 편리하면서 만년필의 정취를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 강추하고 싶은 멋진 파이로트 캡리스 매트 블랙 만년필이었다.

파이로트캡리스만년필

파이로트캡리스만년필

write by 2012.10.30 22:04

10206 Total Views 11 Views To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