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브라의 선택형 멀티펜 | 프레필

제브라 프레필

1989년 수입자유화 이후, 일본문구류의 국내 수입은 10년을 기점으로 2배씩 늘어나고 있다. 2011년에는 6,000억원이상의 문구류가 수입되고 있다. 사양사업이라곤 하지만 어찌되었든 꾸역꾸역 문구시장은 커지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1,000억원 정도의 중국산 문구류수입액보다 훨씬 비싼 일본 문구류의 무역액이 6배나 많다는 사실이다. 왤까? 디지털이 대세인 우리나라에 왜 비싼 일본문구류를 쓰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을까? 과연 그 사람들은 자신이 사는 문구류의 제조사는 알고 있기는 한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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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치고 파이로트의 ‘하이테크’ 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하이테크에 멀티펜이 없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도 거의 없을 것이다. 선택형 멀티펜 또는 교환식 멀티펜의 시작은 파이로트에서 출발한다. 하이테크를 리필심으로 하는 콜레토는 비싼 가격에도 하이테크형 멀티펜에 목말라 하던 사람들에게는 단비와 같은 소식이었다.

원하는 바디에 원하는 색상의 리필심을 사용할 수 있고, 2/3/4/5공 바디도 선택할 수 있으니, 그 파격은 실로 대단했다. 그 뒤로 펜텔에서도 슬리치즈를 발매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선택형 멀티펜의 패왕은 가장 늦게 발매된 UNI의 스타일핏이다. 왤까? 시그노는 몰라도 하이테크는 온 국민이 다 아는데, 도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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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간단하다. 파이로트의 콜레토는 하이테크 리필심에 안주했지만, 4세대 잉크인 아크로볼이 있음에도 말이다. 하지만 UNI는 희대의 유성볼펜인 제트스트림과 하이테크를 제치고 많은 사랑을 받는 중성볼펜인 시그노로 시장을 평정했다.

변화를 발 빠르게 파악하고 뛰어난 품질로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그리고 발 빠르게 다양한 원색 계열의 한정바디를 출시하면서 안정괘도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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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수입된 일본문구류의 제조사 점유율을 추정해보면 UNI와 제브라가 타브랜드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두 곳 모두 국내에 총판에서 적극적인 홍보와 판매를 하고 있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몇 년전 엔화가 1,400원이 넘었을 때에도 거의 1:1의 비율로 가격을 책정한 부분도 점유율 유지에 큰 도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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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일본에서는 파이로트가 1위, 2위가 UNI가 차지하고 있다. 그 뒤로 제브라와 펜텔 그리고 고쿠요가 자리를 잡고 있다. 문구류 자체의 퍼포먼스만 보면 파이로트/펜텔/UNI가 오랫동안 강력한 3강 체제를 유지하고 있고 제브라는 만년 4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파이로트 총판의 부재로(부재라기 보다는 일부러 수입을 막고 있는 총판) 대부분의 파이로트 문구류 수입이 안되고 있고, 1989년 국내에 짐모아를 총판으로 들어온 제브라는 UNI에 이어 국건하게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제브라의 문구류 컨셉은 전통 문구류제조사의 그것과는 달리 “펜시” 문구쪽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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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브라의 대표샤프펜슬인 “에어피트” 도 그렇고 “클립온” 도 아기자기함과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제브라의 스라리와 사라사는 UNI의 제트스트림과 시그노에 객관적인 판매량이나 평가에서 밀리는게 사실이다. 다만 UNI에 비해 밀린다는거지. 선호도는 3위안에 들 정도의 높은 수준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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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제브라의 스라리 그리고 사라사를 참 좋아한다. 시그노와 같은 중성잉크지만 특유의 많은 잉크흐름과 진함은 부드러운 필기감에 일조를 한다. 펜텔의 에너겔보다는 적은 잉크흐름은 사라사만의 고유한 필기감이기도 하다. 그리고 제브라의 멀티펜에는 어김없이 적용되는 바인더식 클립은 실용성면에서 높은 평가를 하고 있다.

제브라 프레필

그리고 2012년 6월 제브라에서 전격적으로 선택형 멀티펜인 프레필을 발매하게 된다. 2012년 ISOT에서 독립부스를 차려 홍보를 하기도 한 프레필. 과연 기존에 발매된 선택형 멀티펜과 어떤 차이점이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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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필은 18가지 각기 다른색을 채택한 바디와 3공/4공의 바디 그리고 57종의 리필심을 발매했다. 그리고 샤프의 명가 파이로트와 펜텔도 하지 않았고(못했던) 0.3/0.5/0.7mm 샤프심 유닛도 같이 발매를 하게 된다. 스라리 0.3/0.5/0.7mm, 사라사 0.3/0.4/0.5mm, 짐니스틱 0.7mm로 유성/중성/4세대 잉크/샤프유닛 등 필기구에서 사용되는 모든 종류의 잉크와 샤프유닛을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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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작심한 듯한 제브라의 파격적인 프레필 발매는 UNI에서 가장 당황했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 제브라의 발빠른 신상문구류와 한정문구발매는 UNI보다 한발 더 앞선 모습을 보이고 있다.

프레필은 멀티펜의 단점으로 지적되던 샤프노크시 클립으로 하던 방법을 일반샤프펜슬에서 주로 사용되는 후방노크방식을 사용해 한층 더 발전된 그리고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하고 있다.

제브라 프레필

분명 프레필의 발매는 UNI에 새로운 리필심 발매에 도화선이 될 것이다. 제브라에서는 향후 프레필의 매출에 따라 5공홀더나 고급형 바디의 발매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프레필에도 아쉬운점은 있다. 거의 모든 멀티펜에서 발생하는 촉 부분의 유격이 존재한다. 그리고 리필심의 색상을 확인하기 위해 그리고 잉크의 잔량을 체크하기 위해 그립 부분을 전부 투명처리를 했다. 그리고 이런 부분은 사용량이 늘어 날수록 잉크에 의해 보기 싫게 오염이 된다. 사실 이와 같은 문제점 해결은 이미 다른 제조사에서 다른 형태의 바디로 해결을 했고, 분면 제브라에서도 신규 바디를 통해 해결할 것으로 기대해본다.

제브라 프레필

선택형 멀티펜은 소비자와 제조사 모두에게 원윈하는 문구류다. 소비자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바디와 리필심을 선택할 수 있고, 하나의 멀티펜으로 여러개의 단색 필기구를 대체할 수 있다. 제조사에서는 단색보다 적은 잉크를 사용하고 단가 자체를 높게 받아 매출과 수익에 도움이 된다.

제브라 프레필

사실 선택형 멀티펜은 그렇게 특이하거나 새로운 문구류는 아니다. 하지만 제조사의 대표잉크를 하나의 멀티펜에 쓸수 있다는 점은 소비자입장에서 바라던 이상적인 문구류의 형태임에는 분명하다. 제브라의 프레필은 국내에서 굉장한 인기를 끌 수 있는 잠재력과 파워를 가지고 있다. 사라사와 스라리 사용자들이 어떤 선택형 멀티펜을 쓸 것인지는 자명하다.

제브라 프레필

다만 제브라와 짐모아에게 하나의 아쉬움은 남는다. 성인이면서 남자사람이 쓸만한 차분하고 톤다운된 원색계열의 바디의 부재. 분명 선택형 멀티펜은 여중/여고생에게 가장 인기 있는 문구류다. 그래서 바디도 원색에 핑크 계열이 많고, 한정판은 땡땡이 무늬를 사용했을 것이다.

어찌보면 제브라의 잘못은 아닐 것이다. 다이어리도 필기구도 쓰지 않는 성인남자들의 잘못이고, 그들에게 시간과 마음의 여유를 주지 않는 사회탓도 분명(이라고 쓰고 100%라고 읽는다.)있을 것이다.

제브라 프레필

혹자는 스타일핏과 프레필이 도대체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나에게 물어볼 것이다. 나의 대답은 잉크부터 바디까지 전혀 다른 멀티펜. 그게 프레필이라고말할 것이다. 좋은노트는 디자인이 아니라 종이의 촉감으로 알 수 있다. 그리고 필기구로 써보면 알고, 세월이 지나면 그 뛰어남을 알 수 있다. 좋은 필기구도 마찬가지다. 써보면서 느끼고, 세월이 지나도 그 변치 않음에 반하게 된다.

프레필은 제브라의 역사 그 자체다. 바디와 잉크, 그 어디를 봐도 다른 회사의 문구류라고 볼 여지는 없다. 오직 제브라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그런 잉크와 바디로 만들어져 있다. 왜 프레필을 써야 할까? 프레필을 쓰면 거기서 제브라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경험을 줄 수 있는 몇 안되는 멋진 멀티펜이다.

제브라 프레필

자신의 지위를 나타내기 위해 필기구를 쓰는 사람들을 제외한다면, 잉크자체만으로 따지면 기백만원의 펜보다 더 좋은, 소소하지만 쓴다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멀티펜이다. 내가 프레필을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좋은 필기구는 잉크로 말하고 필기감으로 말할 뿐이다.

제브라 프레필

아날로그는 디지털을 이길 수 없다. 하지만 디지털과 함께 갈 수는 있다.그리기 위해서 소비자들의 마음을 잘 읽는 제조사의 노력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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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기스

    펜텔은 과거 제도계에서 인정 받았지만 손제도 폭망 후 UNI,파이롯트 양강이죠 요즘은 일본내애서는 펜텔보다는 제브라나,톰보가 3위 자리를 놓고 열심히 싸우고 있죠 지우개는 톰보 모노, 형광펜은 제브라가 석권 하고 있는 듯 합니다.

    • 톰보우가 조금 더 강세인 것 같기도 하고;;

  • SAH

    처음에는 프레필 한정판 바디를 충동적으로 구매하고 아까워서 쓰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어딜 가든 이 한자루만큼은 들고 다니게 되네요. 특히 샤프 리필에 충전하는 방식이나 노크하는 게 배려를 받는 느낌을 줘서 좋아요. 리필을 다 쓰고 사라사냐 스라리냐! 고민하는 과정 역시 괴로우면서 즐겁습니다. 매번 20분 넘게 프레필 자리 앞에서 고르고 있어요.

    • ㅎㅎㅎ 아주 곤혹스러운 고민이네요. 사라사냐 스라리냐. 으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