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보우 8900연필

8900연필

1913년에 설립된 톰보우. 우리나라에서는 ‘ 잠자리표 지우개/잠자리표 미술 연필 ‘ 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대생의 경우에는 모노J연필을 많이 사용해서 널리 알려졌지만, 오늘 소개할 톰보우 8900연필은 많이 알려진 연필은 아닙니다. 하지만 톰보우 역사에서는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는 연필입니다. 사실 이 연필은 ‘ 문구의 유의 ‘ 라는 책을 보고 알게 된 연필입니다. 이 책에는 ‘ 롱셀러 ‘ 문구류 수 십가지가 소개되어 있죠. 작년에 일본에 갔을 때 ‘ 준쿠토 서점 ‘ 에서 구입했는데. 음~ 제가 일본어는 하나도 할줄을 모릅니다. 그래서 내용은 모르고 사진만 보고 얼마 전에 만난 ‘ 디기스 ‘ 님이 직접 몇 장 읽어주신게 전부였죠.

며칠 전에 큰맘(?)을 먹고 스캔하는 곳에 보내서 책 전체를 스캔을 하고 이미지를 텍스트로 인식하는 OCR작업을 했습니다. 말이 좀 어렵긴 한데. 북스캔을 전문적으로 하는 곳에 맡기면 배송료빼고 책 복원까지 3,000원 가량이면 됩니다. 그렇게 작업을 하면 PDF에 있는 일본어를 전부 복사를 할 수가 있습니다. 그렇게 복사한 일본어를 구글이나 네이버에서 번역을 하면 읽을 정도로 번역이 되죠. 그래서 ‘ 문구의 유의 ‘ 에서 소개한 8900연필 탄생비화를 읽을 수 있었죠.

8900연필

8900연필은 1945년. 우리나라가 ‘ 광복 ‘ 을 맞이한 해. 일본입장에서는 전쟁에서 진 그 해에 탄생을 했습니다. 8900연필은 그 당시 필기용이라기보다는 ‘ 사진 수정용 연필 ‘ 로 개발이 되었다고 합니다. 지금의 사진 포샵작업용 브러쉬라고 보시면 될 것 같은데. 8900연필은 기존 연필보다 더 발전된 특징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1945년 당시 두가지 특허를 받았는데. 하나는 연필심 즉 흑연을 곱게 만들어 ‘ 불순물 ‘ 을 억제하는 특허 하나와 부드럽게 써지게 하기 위해 ‘ 기름과 왁스 ‘ 를 흑연에 추가하는 특허였습니다. 8900연필은 사진 수정용 연필로 뿐만 아니라 일반 회사에 필기용으로도 상당히 판매가 잘되었습니다.

그리고 1950년 흑연과 점토를 고르게 분포시킬 수 있는 고민을 하다가 톰보우 사장이 직접 미국에 가서 ‘ 초코렛 맛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재료를 고르게 분쇄하는 기계 ‘ 를 흑연과 점토를 고르게 분포하는데 적용을 하게됩니다. 이 기술은 8900연필에는 물론이고 톰보우의 플래그맨쉽 연필인 [ MONO ]의 전신인 [ HOMO ] 연필에도 적용이 되게 됩니다.

8900연필은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연필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만큼 발매된지도 오래됐지만 반세기 이상을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는 반증일 겁니다.

톰보우 8900연필의 종이 패키지 케이스는 조금 독특합니다. 그 중에서도 [ H.O.P ] 라는 단어가 매우 생소합니다. 이건 톰보우의 창업자인 [ Harunosuke ] , [ Ogawa ]의 첫자인 H와 O 그리고 [ PENCIL ]의 P를 따왔습니다. 그리고 톰보우의 수 많은 문구류 중에서 H.O.P라는 이니셜이 붙은 것은 8900이 유일하죠.

8900연필

8900연필은 1939년 2차세계전이 발생하면서 일본 정부가 ‘ 소비재 가격 통제령 ‘ 을 발령하면서 최고의 제도용 연필로 사랑을 받던 ‘ 8800연필 ‘ 을 더 이상 생산하지 못하면서 개발을 해서 탄생을 하게됩니다. ‘ 문구의 유의 ‘ 에서는 전쟁중에 재료나 기계가 충분하지 못했음에도 이렇게 오랫동안 사랑을 받은 연필이 태어난 것은 ‘ 타협하지 않은 정신력 ‘ 에서 그 이유를 찾고 있습니다.

음. 물론 이런 부분은 한국사람이라면 역사를 제대로 배운 사람이라면 선뜻 동의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그 당시 일본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에 대해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주었을때였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톰보우의 다른 연필은 톰보우 한국 총판인 ‘ 항소 ‘ 에서 수입을 하고 있지만 유독 이 연필만은 수입을 하지 않더라구요. 물론 그냥 제 느낌상 그렇다는 거지만요.

8900연필

8900연필은 올리브그린/연한 초록색을 띠고 있습니다. 연필심이 진하진 않지만 ‘ 사각거리 ‘ 는 소리가 일품이죠. 그리고 필기를 해도 흑연이 쉽게 뭉게지지도 않습니다. 톰보우의 모노시리즈와 비교해도 훨씬 단단한 흑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혹자는 6.25때 미군의 군수물량을 담당했던 일본에서 이 연필을 미군에게 공급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또 예전과 다른 페인팅과 필기감. 그리고 지금은 베트남에서 생산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일본 사이트에 가보니 1990년도에 디자인 체인지가 있었군요. 현재는 그당시보다 조금 더 연한 색으로 변경이 되었습니다.

전 8900연필을 쓰고 또 조사를 하면서 느꼈던 점은 예전과 크게 변하지 않은 디자인과 지금 써도 정말 만족할만한 연필의 퀄러티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 크게 놀랐습니다. 변하지 않고 꾸준함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건. 언제나 새로운걸 찾고 변화를 즐기는. 요즘 세대들에게 많은걸 생각하게 합니다.

변하지 않는 것과 그리고 새로운 것들이 조화를 이루는 일본의 문구류시장이 한국에 있는 저로써는 참 부럽기만 합니다. 혹시 여러분도 기회가 되시면 톰보우 8900연필을 한번 써보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심심한 디자인과 사각거리는 필기감을 느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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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oi Toto

    상세하고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연필을 좋아해서 수십종류의 연필을 골고루 쓰고있는데, 이 연필을 가장 좋아합니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모노100보다 좋았어요. 가격은 훨씬 저렴하지만요

    • 저도 8900연필 좋아해요. ^^ 사각거림이 좋더라구요.

  • 디기스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톰보의 애착은 정말 부럽죠 우리나라 문화 연필은 중국생산에 품질은 자꾸 떨어지고 있는 추세죠

  • 구미베어

    어디에서 구매하셨어요?
    검색했는데 한국에서는 보이지 않는것 같네요….